한국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관계자가 3일 칠곡향교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사업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대구외곽순환도로가 건설 중인 가운데 사직단 터 주변 나박산 절개 계획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3일 칠곡향교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현재 대구외곽순환도로를 건설 중인 한국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관계자가 사업을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업단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 경위를 설명한 뒤 지난 2013년 문화재 보완지표조사, 올해는 문화재 표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읍내동 유물산포지 조사구역에 설치한 트렌치 내에서 매장문화재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조사는 필요치 않으며, 행정절차 후 계획대로 공사를 시행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고서 내용을 밝혔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순환도로를 내기 위해 읍내동 대중금속공업고등학교 뒤편 나박산을 절개한다.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대중금속업고등학교 뒤편에는 칠곡도호부 사직단 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자 문화재 표본조사를 진행한 중앙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사직단 터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추정만으로는 어떤 다른 방안을 도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단 관계자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사직단 터가 직접적으로 절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계획 변경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직단 추정지 일원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된 상태다. 순환도로 건설 사업과 관련된 것이 아닌 (재)영남문화재연구원이 지난 7월 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를 통해 “사직단의 기본 형태가 제단+담장+신실, 기타 부속 건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라고 판단되므로, 신실이 확인된 대중금속공업고등학교 부지 북쪽 구릉의 평탄지에 사직단이 위치할 개연성이 높다”면서 “현장 조사결과 신실이 위치한 곳에서 150m 지점인 북편 구릉 정상부에서 조선시대의 기와편과 석재가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지점이 사단(세단)의 위치로 파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의 조사는 칠곡도호부 사직단 추정지에 대한 대략의 현황조사를 실시했으므로, 유적의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기 위한 문화재 정밀지표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단의 계획대로 절개하게 되면 나박산이 둘로 나눠지게 된다. 때문에 이날 참석자는 절개가 아닌 터널의 형태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면 능선을 이어줄 수 있는 시설물의 추가 설치를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는 동호동민의 민원제기도 있었다. 현재보다 5.8m가량 높아지는 도로 높이를 평면으로 해 줄 것과 동민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업단은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해 앞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나박산이 절개된 채로 사직단이 복원된다면 접근성에도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 공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사직단은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다. 종묘(宗廟)와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시돼 국가의 다른 명칭으로 ‘종묘사직’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한양은 물론 지방의 각 현 단위까지 설치됐다. 일제의 강제병합에 앞선 1910년 이전 전국 대부분의 사직단은 원래의 기능을 잃고 원형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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